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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일상으로 스며든 전기차의 매력..푸조 e-2008Peugeot
2020-11-20 16:37:12
푸조 e-2008


[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전기차가 대세라고 하니 가벼운 출퇴근길 동반자로 전기차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홀로 주행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큰 차체는 부담이다. 이왕이면 가격표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 후보들을 치우고 나니 푸조 e-2008이 눈에 들어온다.

■ 아기사자의 날선 발톱

SUV와 거리가 먼 1세대 2008은 사실 무늬만 SUV일 뿐이었다. 펠린룩을 고집하던 과거의 푸조의 흔적이 짙게 묻은 탓에 사나운 눈매를 제외하면 매력적인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푸조는 3008과 5008을 시작으로 SUV에 걸맞는 디자인과 엠블럼의 사자 이미지를 차체 곳곳에 녹여내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푸조 e-2008

푸조 e-2008

SUV 라인업의 막내인 2세대 2008은 1세대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냈다. 전장 4,300mm, 전폭 1,770mm, 전고 1,550mm, 휠베이스 2,605mm의 차체는 국내 소형 SUV 모델 가운데 가장 큰 크기를 지닌 셀토스(전장 4,375mm)와 눈높이를 맞춘다.

사자의 송곳니에서 영감을 받은 주간 주행등은 헤드램프 안쪽으로 깊게 파고든 것도 모자라 범퍼 아래까지 깊은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막내격인 소형 SUV지만 높이 솟은 보닛과 시선을 빼앗는 전면부 디자인 덕에 아기사자의 인상이 제법 공격적으로 다가온다.

시선을 돌려 볼륨감이 넘쳐나던 측면부도 날카롭게 찍어누른 프레스 기법으로 캐릭터 라인 날을 바짝 세웠다. 사자의 발톱을 모티브로 한 테일램프 역시 LED와 블랙 장식을 통해 전면부의 인상과 궤를 같이한다.

푸조 e-2008


제법 묵직한 문짝 안쪽에는 복잡한 형상으로 꾸며진 조각들이 운전자를 감싼다. 위 아래가 싹둑 잘린 푸조만의 작은 운전대와 3D 이미지를 비추는 디지털 클러스터, 운전자 중심으로 고개를 돌린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등 소형 SUV 다운 위트가 곳곳에 숨어있다.

큰 돈 들이기 어려운 소형 SUV 특성상 화려한 볼거리로 시선을 빼앗고 손에 잡히는 기분 좋은 운전대와 운전자의 몸을 제법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시트로 아쉬움을 달랜다.

다만 운전자의 시야가 오랜 시간 머무는 디스플레이는 해상도와 크기에서 모두 낙제점이다. 애플 카플레이를 비롯, 안드로이드 오토 등 내용은 충실하지만 10년 전에 머물고 있는 엉성한 그래픽과 폰트, 내부 구성은 업그레이드가 반드시 필요해보인다.

푸조 e-2008

푸조 e-2008

뒷좌석은 2세대 2008의 자랑거리다. 소형 SUV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을 태우기에 무릎 공간, 머리 공간이 모두 부족하지 않다. 전기차 특성상 배터리가 2열 시트 아래 위치하지만 이에 따른 공간희생도 디젤과 차이가 없다.

적재공간도 소형 SUV로서 부족하지 않다. VDA 기준 434L의 기본 공간과 2열 폴딩 시 최대 1,467L의 공간을 제공하는 만큼 간단한 캠핑에 필요한 짐과 나홀로 차박 정도는 시도하기 충분하다.

■ 자꾸만 늘어가는 주행거리

237km. 푸조 e-2008이 까다로운 국내 기준을 통과하며 인증받은 주행거리다. WLTP 기준으로 눈을 돌려보면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310km로 훌쩍 뛰어오른다.


푸조 e-2008

주행 전 충전기를 물려 배터리를 가득 채우고 나니 계기반 속 주행가능 거리가 230km로 찍힌다. 국내 인증 거리보다 7km가 모자란 수준. 계획했던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건 아닌지 잠시 고민 끝에 주행을 이어간다.

차체 크기에 상관없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전기차 특성은 e-2008에서도 여전하다. 디젤의 거친 음색도, 가솔린의 매끈한 회전질감도 전기차 앞에서는 모두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 기분 좋은 첫 인상은 꽉 막힌 시내도로와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도 실망감 없이 이어진다.

요즘 전기차로는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시스템 출력 136마력, 26.5kgf·m의 모터가 탑재됐지만 신호대기 옆 마주한 중형 세단 정도는 두렵지 않다. 같은 차체에 디젤엔진을 탑재한 2008(1,345kg) 대비 약 300kg이 무거운 공차중량(1,625kg)를 지녔지만 e-2008은 속도 상승에 머뭇거림이 없다.

푸조 e-2008

푸조 e-2008

3가지 주행모드(절전, 일반, 스포츠)에 따라 여러 차례 얼굴을 바꾸는 e-2008은 고속도로 1차로를 끈덕지게 물고 달릴 수 있는 가속력을 바탕으로 차체 바닥에 낮게 깔린 50kWh 용량의 배터리 덕분에 어떤 속도에서도 차분한 주행 감각을 이어간다. 겉모습에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젊은 감각이었다면 주행 시에는 이와 반대되는 진중함을 엿볼 수 있다.

e-2008은 전기차이기에 앞서 경쾌한 주행성능을 자랑하는 푸조의 일원이다. 푸조는 손에 잡히는 작은 운전대를 요리하는 재미를 전기차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몸무게는 늘었지만 무게 중심을 낮춘 배터리 덕에 연속되는 굽잇길에서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여기에 17인치 타이어에 물린 미쉐린 프라이머시3 타이어가 비명 소리 한번 없이 연속되는 코너 하나하나를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프랑스 차 특유의 좌우 롤을 이용한 하중 이동은 예리하게 코너를 파고드는 독일차와는 또 다른 감각이다.


푸조 e-2008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오롯이 운전자의 취향 문제다. 다만 잦은 가감속을 반복해야 하는 주행에서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수시로 변하는 점은 옥의 티다.

특히 회생제동이 강하게 걸리는 환경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아야만 하는 먹먹함이 시종일관 이어진다. 주행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급제동을 빈번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풀어야할 숙제다.

푸조 e-2008

잦은 회생제동이 일어나는 시내도로와 궁합이 맞는 전기차 특성상 쭉뻗은 고속도로의 크루징 주행은 e-2008에도 달갑지 않은 환경이다. 그러나 점차 줄어드는 내비게이션의 거리와 달리 e-2008이 나타내는 주행 가능 거리는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기만 해도 갑갑한 서울 시내를 지나 한적한 국도와 고속도로, 전기차에게 최악인 빠른 굽잇길을 230km 이상 주행했음에도 계기반 속 주행 가능거리는 약 100km. 이미 출발 시 나타내던 주행가능 거리는 초과한 상태지만, e-2008의 체력은 운전자 걱정을 비웃듯 점점 늘어만 간다.

■ 일상에 스며든 전기차

간단한 출퇴근용 전기차로만 접근했던 e-2008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을 넘어 계획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의 동반자로도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는다. 처음 편견에 사로잡혔던 237km의 주행거리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푸조 e-2008

인내심을 키워가며 절전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300km는 함께 할 수 있는 체력과 통통튀는 막내사자의 이미지, 때로는 진중한 주행성능까지 한 곳에 담은 e-2008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함께 하기 부족하지 않은 전기차다.


알뤼르 4,590만원, GT 라인 4,89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도 628만원의 국고 보조금과 추가로 더해지는 지자체 보조금 덕분이다. 3천만원대로 내려온 수입 전기차의 등장에 책상에 펼쳐진 지루한 SUV 가격표를 던져본다.


shl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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