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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욕심쟁이 볼보의 매력 발산, V60 CC & V90 CCVolvo
2020-12-18 16:39:02
Cross Country


[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잘나가는 볼보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플래그십 세단 S90은 부분변경을 통해 휠베이스를 120mm 늘려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크기를 앞세우더니 SUV 라인업인 XC 레인지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붙여 안락함을 더했다.

마지막 남은 볼보의 퍼즐을 채우는 CC 레인지는 세단과 SUV를 더한 매력에 왜건의 실용성을 얹었다. 48V 마일드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부제를 달고 나타난 V60, V90 크로스 컨트리(CC)는 세단, SUV 일색인 도로 위 풍경을 바꿔 줄 수 있을까.

■ 60mm의 마법

V70 XC

Cross Country

볼보는 척박한 스웨덴 도로 위를 마음껏 누빌 수 있는 장르를 1997년 처음 내놓는다. 왜건의 이미지를 풍기면서 키가 껑충 높았던 V70 XC는 세단의 안락함은 유지한 채 SUV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흙먼지 길을 자유롭게 질주했다. 현재 크로스컨트리로 불리는 CC 레인지의 시작이다.

어느새 20년이 훌쩍 지난 시간 동안 크로스컨트리는 볼보를 설명하기 가장 좋은 단어가 됐다. 세대를 거듭하며 깎이고 다듬어진 CC 레인지는 콤팩트 세단 S60을 기반으로 한 V60 CC와 플래그십 S90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V90 CC로 진화했다.

크로스컨트리의 밑바탕이 되는 세단의 외모를 유지한 채 긴 허리를 자랑하는 CC 레인지는 볼보의 시그니처 ‘토르의 망치’가 심어진 전면부 디자인을 바탕으로 조금씩 다른 차별화를 통해 각각의 모델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은연 중에 드러낸다.

V90 Cross Country

V60 Cross Country

볼보의 플래그십 라인업에 붙여지는 90 배지를 붙인 V90 CC는 안정감을 유도하는 수평적 디자인을 통해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과격하게 날을 세운 캐릭터 라인을 내려놓은 채 S90, XC90과의 패밀리룩 연출에도 무척이나 신경 쓴 모습이다.

차이점이라면 매끈한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달리는 S90과 달리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해 둔 플라스틱 장식들이 차체 곳곳을 마무리 하고 있다.

이에 반해 V60 CC는 눈매부터 V90 CC와 다른 노선을 택했다. 헤드램프와 일체감을 강조한 주간 주행등을 적용한 V90 CC와 달리 그릴 안쪽까지 깊게 파고든 V60 CC의 토르의 망치는 대각선으로 날을 세운 범퍼 디자인과 함께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에 힘쓰고 있다.


V90 Cross Country

V60 Cross Country

뒷모습도 두 모델간의 차이를 제법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볼보는 세단 라인업인 S레인지에서 차체를 가로지르는 가로 타입 램프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SUV인 XC 레인지에서는 세로로 길게 뻗은 디자인을 과거부터 고수하고 있다.

CC 레인지 또한 SUV의 성격을 담고 있는 탓에 루프부터 이어지는 세로형태의 램프를 적용하고 있다. V90 CC의 경우 화려한 기교를 걷어내고 전면부 디자인의 기조를 뒷모습까지 유지하는 한편, V60 CC은 램프 중간 LED 그래픽을 꺾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V90 Cross Country

차체 크기는 V90 CC가 전장 4,960mm, 전폭 1,905mm, 전고 1,510mm 휠베이스 2,941mm로 S90 대비 전장 130mm, 휠베이스 119mm가 작다. S90이 부분변경을 통해 휠베이스를 늘린 탓이다.

반대로 V60 CC의 경우 전장 4,785mm, 전폭 1,850mm, 전고 1,490mm, 휠베이스 2,875mm로 S60 대비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25mm, 3mm 크다.

V60 Cross Country

두 모델은 모두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세단보다 60mm 높은 지상고를 지니고 있다. 덕분에 V60 CC, V90 CC 모두 210mm의 지상고를 바탕으로 가벼운 오프로드 코스 정도는 손쉽게 넘나들 수 있다.

따뜻한 색감의 가죽과 짙은 원목 장식이 반기는 실내는 두 모델 모두 동일하다. 밖에서 이어진 패밀리룩 디자인이 실내까지 침범한 탓에 각 모델별 개성이 흐려졌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세단, SUV, CC 레인지까지 하나로 연결된 디자인은 제조사에게는 비용 절감을, 소비자에게는 뻔한 지루함을 남기고 있다. 좋은 건 가끔 아껴 쓸 줄도 알아야 빛나는 법이다.

V90 Cross Country

V60 Cross Country

V90 Cross Country


왜건의 외모를 지닌 크로스컨트리의 장점은 넉넉한 실내공간과 함께 넓은 적재공간에 있다. SUV 대비 높이만 낮을 뿐 2열 폴딩 시 펼쳐지는 공간(V60 CC 1,441ℓ, V90 CC 1,526ℓ)은 최근 유행하는 차박부터 가벼운 나홀로 이삿짐 정도는 거뜬한 수준이다.

■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역습

볼보는 올해부터 디젤,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꾸려진 파워트레인 라인업의 변화를 예고했다. 과감한 시도는 디젤 엔진의 흔적을 지우는데서 시작했다.

4기통 2리터 모듈러 엔진 하나로 전체 라인업을 책임지고 있는 볼보는 2021년식 모델부터 기존 가솔린 모델을 뜻하는 T와 디젤을 의미하던 D가 아닌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ing)의 의미를 담은 ‘B’ 배지를 부착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V90 Cross Country

V60 Cross Country

출력에 따라 B4, B5, B6 등으로 나뉘는 네이밍 가운데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f·m를 발휘하는 B5의 심장을 얹은 V60 CC, V90 CC는 출력이 4마력이 줄어들었음에도 기존 대비 4배나 용량이 커진 배터리가 각종 전자장비와 재출발 시 엔진의 부하를 덜어내 한결 가벼운 몸놀림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변속기는 두 모델 모두 8단 자동변속기가 사용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이점은 정차 시 엔진 작동을 스스로 멈추고 켜는 ISG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재출발 시 가벼운 가속페달 조작만으로도 이제는 불쾌한 진동 없이 가속을 이어갈 수 있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불쾌한 진동을 매번 감수해야했던 소비자들은 더 이상 ISG Off 버튼을 번거롭게 조작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낼 수 있게 됐다는 이유 하나로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탑재는 환영이다.

V90 Cross Country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얹은 V60 CC, V90 CC는 다른 외모만큼이나 달리기 실력에서도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V90 CC는 엔진 시동을 걸고 바퀴가 구르는 순간부터 탑승객의 편안함을 최우선 가치로 둔 채 목적지까지 편안한 주행을 이어간다.

긴 보닛 속을 채운 엔진은 자신의 존재를 쉬이 실내로 알리지 않는다. 공회전의 진동과 소음을 틀어막은 각종 흡차음재가 넉넉하기 때문에 실내로 들이치는 거친 음색은 고rpm 영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걸러진다.

V90 Cross Country

세단 대비 높은 차체는 댐퍼의 움직임 영역을 키워 승차감을 대폭 키웠다. 또 SUV 버금가는 보강재가 덧대진 투어링 섀시는 크로스컨트리의 매콤한 주행성능을 즐기는데도 한몫을 한다.


긴 차체와 높아진 전고 탓에 연속되는 굽잇길 주행에선 운전대 조작에 따라 좌우로 몸을 숙이는 동작이 커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하는 서스펜션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운전자에게 나긋한 주행을 재촉한다.

V90 Cross Country

그럼에도 4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할덱스의 4륜 구동 시스템과 235mm 너비의 19인치 미쉐린 프라이머시4 타이어는 단단히 붙든 차가운 노면 위를 쉽게 놓지 않는다. V90 CC에 가장 어울리는 주행모드는 컴포트(Comfort)지만 아래에 위치한 다이내믹(Dynamic) 모드가 결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장식이 아님은 탄탄한 기본기를 통해 느낄 수 있다.

V90 CC에 비해 몸집을 줄인 V60 CC는 편안함을 한 겹 덜어낸 대신 운전자의 오른발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더했다. V90 CC와 달리 걸걸한 엔진음이 실내로 강조되어 들어온다. 같은 파워트레인이지만 공회전 시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음도 조금 더 거칠다.

V60 Cross Country

그러나 더욱 조여진 서스펜션은 운전대 조작에 따른 피드백을 한결 선명하게 전달한다. 굽이진 길이 연속되는 코너가 부담스러웠던 V90 CC와 달리 V60 CC는 좌우로 몸을 숙이는 동작 또한 가볍다. 결코 부족하지 않은 35.7kgf·m의 토크는 1,800rpm부터 4,800rpm까지 실영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터보 엔진의 늦은 반응 속도를 만회한다.

토크 밴드가 끝나는 시점 부터 바통을 이어받는 250마력(5,700rpm)의 출력 역시 V60 CC의 속도 상승을 가볍게 이끌어 낸다. 제동성능은 두 모델 모두 답력이 강한 편이다.

가벼운 페달 감각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묵직한 답력에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제동력을 이끌어 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제동력 또한 성능이 뛰어난 타이어 덕분에 원하는 지점에 멈춰 설 수 있다.

V60 Cross Country

■ 대안 없는 선택지

크로스컨트리 장르는 볼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도 저마다의 장기를 살려 중심 모델 라인업에 크로스컨트리 장르를 판매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중형 세단 E클래스를 바탕에 둔 올 터레인을, 아우디는 A4와 A6에 각각 올로드 콰트로를, 폭스바겐은 파사트 올트랙 등을 선보이며 볼보 크로스컨트리 모델들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V90 Cross Country

그러나 국내에서는 오직 볼보만이 크로스컨트리 장르를 선보이며 경쟁 없는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왜건의 불모지’, ‘짐차 처럼 생긴 디자인’ 등의 뻔한 변명은 수 개월의 기다림으로 더 이상 국내 무대에 통하지 않음을 볼보가 보여줬다.


세단과 SUV, 왜건의 장점만을 섞은 크로스컨트리의 가능성은 여러 업체가 익히 알고 있다. 상품성만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지갑을 선뜻 열 수 있는 구매력도 충분하다. 더 이상 세단과 SUV 일색인 도로 위 풍경이 조금씩 바뀔 미래를 그려본다.


shl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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